주요 인물
박평호(이정재), 김정도(정우성), 방주경(전혜진), 장철성(허성태), 조유정(고윤정), 안병기(김종수), 양보성(정만식), 조원식(이성민), 박정환(박성웅), 김정도의 아내(강경헌) 등
누가 스파이라고 할 수 있는가
헌트는 흥미로운 요소를 많이 가진 작품이다.
오프닝은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의 대립구도를 명확하게 보여주면서 앞으로 진행될 영화의 상황을 살며시 알려준다. 첫 장면은 박평호가 호텔 밖 차 안에서 신문을 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는 '외부'에 있다.
시위가 시작되고 박평호는 차에서 내려 호텔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자 호텔 내부에 있던 김정도는 박평호를 발견하고 왜 시위대를 막지 않았냐며 말한 뒤 바깥으로 나간다.
이 부분은 박평호와 김정도를 알게 되면 상당히 재밌는 부분이다.
박평호는 바깥에서 호텔 안으로 향한다.
그의 진짜 정체는 북한의 스파이, 동림이다.
외부에서 내부로 침투하려는 스파이인 것이다.
반대로, 김정도는 호텔 안에서 바깥으로 나간다.
그는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려고 한다.
내부에서 외부로 나가려는 인물, 현재 대한민국 체제에서 벗어나려는 인물이다.
<헌트>는 이미 오프닝에서도 두 인물의 정체를 암시했다.
이런 요소가 영화를 더욱더 흥미롭게 한다.
리 중좌는 미그기를 타고 북한에서 남한으로 귀순한 이웅평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사상 초유의 사태였기에 대한민국은 정말 뒤집혔다.
안기부는 리 중좌를 심문하기 시작한다.
여기서도 김정도가 리 중좌와 대화하는 장면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변절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김정도는 묻는다.
여유롭기만 했던 리 중좌는 그 말에 분노하며 말한다.
자신은 변절자가 아니고 조국과 민족을 사랑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북한의 정권은 모든 인민을 기만하고 있으며 인민의 땅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세습은 개도 웃을 일이다라고 한다.
즉, 김 씨 정권의 독재와 세습에 분노하여 남한으로 넘어간 것이다.
그는 조국이 아닌 부조리한 정권에 등을 돌린 것이었다.
박평호는 안기부 1팀 차장이자 '북한의 스파이'다.
그의 목적은 남한 대통령 암살과 정권 붕괴, 그리고 평화통일이다.
그러나 북한 정권의 목적은 적화통일도 포함되었다.
박평호는 국민의 안전과 보호는 안중에도 없는 북한정권의 실상에 환멸을 느껴 본인의 임무를 저버리고 대통령을 지키기로 마음을 바꾼다.
김정도는 '군인 출신'의 안기부 2팀 차장이다.
원래 그의 목적은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을 따르고 그를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광주에서 비참한 학살을 자행한 대통령의 반향을 목격한 뒤 분노와 죄책감을 느낀다.
결국 그는 본인의 임무를 저버리고 대통령을 죽이기로 마음을 바꾼다.
두 인물은 국가와 국민을 배신한 게 아니다.
국민을 짓밟는 정권에 등을 돌린 것이다.
따라서 리 중좌의 귀순 장면은 실제 사건을 적절하게 차용하면서 두 인물과 매우 밀접하게 엮어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엔딩과 글쓴이의 생각
이 작품의 결말은 박평호의 죽음이다. 평호는 유정에게 여권을 건네기 위해 방문하는데 유정의 옆에는 공작원 두 명이 있었다. 알고 보니 유정도 북파공작원이었다. 유정의 아버지는 죽기 전 자신이 북측에서 보낸 평호의 감시자였다고 한다.
북한과 관련된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족으로 위장할 때 그 구성원 전원을 간첩으로 구성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조유정은 어려서부터 북측에서 보낸 감시 자였던 거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평호가 유정의 나이를 묻는 장면이 다르게 보인다. 이렇게 어린아이도 간첩으로 보내는 것인가 라는 북한 정권에 대한 염증과 회의를 지녔을 수도 있다. 평호가 유정의 존재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면 마지막 죽음은 충격보다는 안타까움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평호는 유정한테 가명이 적힌 여권을 건네며 너는 다르게 살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이념과 체제에 휘둘리지 말고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였다고 본다. 최인훈의 소설 <광장>에서는 남과 북이 아닌 진정한 '광장'을 찾는데 실패했지만 이 작품은 새로운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결말을 보면 유정이 차에서 내려 공작원 두 명을 총으로 쏴 죽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를 통해 유정은 새로운 삶을 찾을 것이란 희망을 전달한다.
<헌트>는 구성적인 측면에서의 치밀함과 어떻게 한 작품에 이렇게 많은걸 담아냈을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스릴러, 액션, 시대적 메시지까지 모두 담아낸 작품이다. 첫 연출을 맡은 이정재 감독 겸 배우가 영화를 촬영하면서 점점 말라갔다고 한다.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만큼 극적이 완성도에 많은 신경을 쓴 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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