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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혼자가 편하다

by N잡설명왕 2022.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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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 배우들

감독 : 홍성은 

주연 : 진아 역(공승연), 수진 역(정다은)

조연 : 성훈 역(서현우), 옆집 남자 역(김 모 범), 팀장 역(김해나), 성훈 친구 2 역(변진수), 성훈 친구 3 역(정성민)

특별출연 : 정변호사 역(주석태), 아버지 역(박정학)

 

summary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혼자가 편한 진아에게 사람들은 자꾸 말을 걸어오지만, 진아는 그저 불편하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의 1:1 교육까지 떠맡자 괴로워 죽을 지경이던 어느 날, 출퇴근길에 맨날 말을 걸던 옆집 남자가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죽음 이후, 진아의 고요한 일상에 작은 파도가 친다. 저마다 1인분의 외로움을 간직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작품이다.

 

혼자가 편한, 혼자가 외로운 사람들

주인공 진아는 혼자 독립하여 살고 있다. 죽은 듯이 혼자인 게 편해 보인다. 직업은 상담사로 매일 친절하게 전화 상담을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일이니깐 당연히 친절하다. 하지만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도 집에 가서도 어쩐지 그녀는 불편해 보인다. 항상 소음과 함께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건 불편한 게 아니라 외롭고 무서운 것일지도 모른다. 진아는 직장에서 우수사원으로 뽑힐 만큼 콜도 많이 받고 컴플레인도 없는 훌륭한 직장인이다. 그러나 동료들과 교류 없이 본인의 일만 묵묵히 해간다. 어쩌면 전화 상담원이라는 직업도 소통하는 직업이면서도 사적인 감정 없이 소통하지 않아도 되는 언발란스한 직업이라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혼자의 의사결정만으로 하루가 지나가고 만다. 그렇게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 하루하루에 변화가 찾아온다. 

진아에게 신입 '수진'이 붙여지고 그녀는 사수가 된다. 지방에서 올라온 수진도 결국 혼자사는 존재이다. 앳된 모습을 한 그녀는 사회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듯 보인다. 모든 것이 서툴고 손이 많이 간다. 그런 그녀가 진아는 귀찮고 버겁게 느껴진다.

진아는 혼자 모든 슬픔을 끌어안고 사는 사람이다. 아빠는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다가 돌연 2년전에 다시 찾아와 갑자기 착한 아빠 행세를 한다. 하지만 진아는 그 모습이 못마땅하다. 엄마의 유산을 상속받으려는 목적 때문에 다시 찾아온 것이라 여긴다. 이 시기에 옆집에서 코를 찌르는 썩은 냄새를 맡게 된다. 며칠 전까지 자신에게 말을 걸던 청년이 고독사를 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남에게 관심이 없던 그녀는 알 수 없는 마음의 짐이 얹어진다. 

그런 그 집에 또 다른 청년이 이사온다. 이 청년도 혼자 사는 사람이다. 이렇게 영화 속에는 진아, 수진, 아버지, 그러고 옆집 청년까지 총 4인의 혼자 사는 사람이 나온다.

진아도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까칠하고 모든게 귀찮았던 것은 아니다. 어쩌면 외로워서 또는 무서워서 혼자 문을 닫고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종의 나를 보호하는 방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 진아는 옆집 사람이 죽고 다른 청년이 이사와 인사를 건네고 수진을 만나면서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문을 열고 사과하고 마음을 말하게 된다. 진아는 한 걸음 문밖으로 내딛는다. 그렇게 혼자 사는 사람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면서 더이상 나를 괴롭히려는 게 아닌 아버지도 한 사람으로서 외로웠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는다. 진아는 딱딱하고 차갑게 대했던 후배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한다. 그리고 조금씩 그동안 경멸했던 아버지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아버지에게 '자신의 생각'을 처음으로 표현한 것이다. 지금처럼 거리를 두고 지내자고 한다. 그리고 번호 이름을 '아버지'로 바꾼다. 아버지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겠다는 내려놓는 마음을 갖게 된 걸 지도 모른다. 꽁꽁 싸매고 있던 솔직한 심정을 툭 터놓고 전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진아다. 그리고 그녀는 휴직을 하면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주변인을 챙기며 살아야겠다

감독의 의도를 백퍼센트 알지는 못해도 인생을 아마도 성냥에 비유한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전에 살던 옆집 남자가 성냥개비로 담배를 피우면 맛이 달라진다는 말을 진아에게 한 적이 있다. 진아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새로 이사 온 남자는 그 말을 전해 듣고는 번거로움에도 성냥으로 담배를 피워보고는 이내 확실히 다르다고 말한다.

혼자 1인 가구로 살수는 있어도 혼자서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다. 번거롭지만 조금 더 서로를 그리고 관계를 위한 불필요해 보이는 행동들이 어쩌면 사이사이 우리 삶에 잔잔한 위로들을 전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오지랖을 싫어한다. 남의 일에 관심갖지 않는게 글쓴이인 나부터 영화 주인공과 닮아있다. 주변 독거인을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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